두 줄 요약
제주도 에서는 보리가 익어 갈 무렵 4월 말 부터 6월 초 까지는 자리돔이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통통하게 살이 찌고 알 백이 자리 를 제주도민은 가장 좋아 한다.
내 인생 첫 자리돔
제주도에선 자리구이 한 마리에 한라산 노지 한 잔 이 탐라국룰이다.
언제부터 자리돔 인지 몰라도 제주도 원주민은 자리 라고 부른다. 작고 하찮은 생선이라고 업신여겨서 자리돔 인지 모르겠다만 자리는 그냥 자리일 뿐이다.
입도 20 여년 차 나에게도 특별한 자리의 추억이 있다. 2002년 모 대기업의 리조트 사업부문 특채가 되어 제주에 입도 했을 당시의 일이다. 3월 에 입사 하고 2 달 가까이 되었을까? 한 참 제주살이에 적응 중이던 내게 인생 일 때 잊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 났다. 2002년 5월 말 경 육지에서 온 나를 위한 회식이 열린 단다.
장소를 모슬포 자리구이 집 으로 회식을 위해 25 명 정도 인원이 모습포 자리구이 집에 도착 했을 때 그냥 기절 하는 줄 알았다.
한라산 소주가 24 병 짜리 3 짝 이 각 맞춰 차곡차곡 쌓여 있었고, 연탄불 3 대 가 일렬로 나란히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육지것에 대한 호된 신고식은 이렇게 시작 되었다.
먼저 자리 먹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 자리는 머리 부터 아그작 아그작 뼈 까지 싶어 먹는다.
테이블 위에는 지느러미 와 꼬리만 남긴다.
자리 한 마리에 허연 거 노지 한 잔 씩 지금 부터 파도타기 시작
당시 악명 높은 기획팀 L 팀장
요즘은 젊은 청춘들이 회식을 안 간다며?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회식 대신 통닭쿠폰으로 지급 한다며? 우리 때는 그런 거 없었다. 까라면 까야 하고, 남녀 구분 없이 팀장의 말이면 죽는 시늉도 했었다.
그날 밤 자정을 넘어 새벽 까지 일 인당 한라산 노지 각 2 병 이상 마시고, 먼동이 떠 오를 무렵 고기국수로 해장 까지 하고 회식은 마감 되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
그 날 꽐라가 된 나의 행적에 대해서는 무덤까지 가지고 갈 비밀 쉿! Top secret !
제주도에서 자리돔은 지역 에 따라 요리가 나누어 진다. 서귀포 보목리 인근에서 잡히는 자리는 물회 용이다. 보목리 자리는 작고 살이 연해서 물회 용으로 적합하다.
서남쪽 모슬포 인근에서 잡히는 모슬포 자리는 구이용이다. 적어도 손바닥 만 해야 자리구이 용으로 최적이다. 모슬포 자리는 5월 중순 이후에 알백이도 많아진다.
자리돔 손질하는 방법
자리 한마리 한라산 한 잔
“ 삼촌 하얀거 노지 쭙써 ”
한라산 소주 21도 냉장고에 들어가지 않은 상온보관 소주 달라는 이야기이다. 제주도 사람들은 한라산 소주를 노지 (상온 보관) 소주로 먹는 걸까?
제주 사람들의 소주에 대한 애칭은 아주 다양하다. 허연거 (오리지널) 중 장년층은 허연거 줍써 라고 말 한다. ” 하양이 주세요 ” 젊은 층에선 하양이 주세요라고 이쁘게 말 한다.
퍼런 거 (17도 순한 소주)
노지 는 냉장고 에 안 넣은 상온보관 소주 를 말 한다.
시설 한라산 은 냉장시설에 보관된 차가운 소주를 말 한다. 시설 한라산을 찾는 이들은 반주 정도 가볍게 한 두 병 먹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허연거 노지 줍써 라고 하면 주당들 이라는 의미이다. 소주를 짝으로 각 맞춰서 테이블 옆에 가져다 놔 주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또 아주 특이한 문화적 차이가 있다.
요즘 유행하는 선불 인 테이블 오더 가 있는 집은 술 맛이 떨어 진다며 주당 들은 선호하지 않는다. 짝으로 옆에 끼고 마셔야 맛이 있다 나 뭐래 나! 계산은 빈병으로 하면 될 꺼 아니냐며 항변한다.
이때 영업시간은 무의미 하다. 쌓인 술 다 마실 때 까지가 영업시간인 것이다.
한라산 소주가 특별한 이유?
제주도의 현무암 이 융기 된 거대한 섬이다. 현무함층은 물을 정화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여기서 생성된 물은 천연 약 알칼리수로 각종 천연 미네랄이 풍부해 세포의 산성화를 중화시킨다. 화산암반수로 빚어진 제주도의 술은 전반적으로 목 넘김이 깔끔하다. 미네랄이 풍부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술 맛은 결국 물맛이다.
한라산의 청정 이미지가 여기에 플러스 요인이 되어 술맛을 더욱 깔끔하게 만들어 준다. 다른 소주 들이 색깔 있는 병에 담겨 있는 것 과 달리 한라산은 투명한 유리병이다. 이는 한라산의 청정 이미지를 레이블에 담은 것이다.
제주도 원주민은 왜? 노지를 찾는 가?
이 부분 20 여년 간 정말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 봤었다. 시설 한라산이 (냉장 보관) 이 아닌 노지 (상온 보관)를 찾는 이유는, 제 각기 표현은 달랐지만 결국 하나 쉽게 취 하지 않고 많이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었다.
시설 꺼 를 마시면 혀 끝에선 상쾌 할 지 몰라도 바로 취기가 오른다는 것이었다. 노지 꺼 는 취기가 천천히 올라 오고 마시고 난 후 숙취없다는 것이다.
노지 꺼 마시면 술 들어가면서 부드럽게 찌르르 헌디,
시설 꺼 마시면 시원 하고 차가우니까 목이 턱 막히고 찌르르한 느낌이 강 하거든.
애월 고성 사는 강정희 여사
과학적으로 검증 된 논문은 없으니 증명 할 길은 없다. 오랜된 습관 이 아닐까?
나야 말로 소주를 한라산 허연거로 배워서 비교 불허이다.
자리구이
자리구이는 불 맛이다.
본디 제주도에서는 감귤나무 전정 하고 난 걸로 불 때고 지펴서 자리를 구웠다. 양념 하나 없이 비늘 도 떼지 않고 그냥 천일염 술술 뿌려 석쇠에 구웠다.
이것이 제주도 적인 직화 훈제 구이 인 데 요즘 이건 정말 쉽지 않다. 이 때 비늘이 타면서 겉은 바삭 하고 속은 촉촉해 진다. 감귤농장을 하는 집이 아니라면 감귤나무 조각을 어디서 구 할 것이며, 요즘 같은 세상에 불 지펴 생선 구워 먹는 다고 하면 화재 신고 들어 갈 껄? 아마도…
두번 째 로 쳐 주는 것이 연탄불 에 굽는 방식이다.
이 역시 가정에서 쉽지 않은 방법이다. 전문 영업집도 연탄불에 구워주는 곳을 찾기 쉽지 않다. 영업 집에서 저렴한 자리 구워주며 영업 하는 것이 타산에 맞지 않는다고 한다.
점점 제주에서 자리구이는 제주 가정식 요리로 변모 해 가는 듯 싶다.
가정식 자리구이 레시피
마무리
자리 먹을 때 마다 진짜 진정한 의미의 제주도인이 된 듯 한 기분이 든다. 2002년 5월 호되게 신입 환영회를 받은 탓 일까? 올 해 자리를 구우며 제주를 떠나면 제주도 음식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문뜩 든다.
제주 만큼 철 마다 달 마다 챙겨 먹어야 할 음식이 많은 지역도 없지 싶다. 먹기 위해 삶을 사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렇게 행복한 제주 에서의 삶을 어디서 다시 찾을 까?
사람들은 진짜 제주의 맛을 몰라! 아니? 비싼 돈 주고 비행기 타고 물 건너와서 왜 라면집, 도넛집에서 줄을 설까? 제주도 적인 것, 제주도 다운 것을 먹을 생각을 왜 안 할 까?
진정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